







 Episode 002 - 의뢰인 없는 사건


 마차로 시티 외곽까지 가는 데 삼십 분이 걸렸다.

 홈즈는 그 삼십 분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더 정확히는, 창을 응시하면서 머릿속은 전혀 다른 무언가에 온통 사로잡혀 있었다. 그의 눈은 초점 없이 흐르다가, 어떤 생각이 걸리면 잠시 멈췄고, 이내 다시 흐려졌다. 며칠 사이에 나는 이것이 그가 집중하는 방식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일지를 꺼내 지금까지 적은 것을 되읽었다.

 우편함에 배달된 신문 두 부 거꾸로 접힌 채로. 기록 보관소. 있어서는 안 될 기록과 있어야 하는데 없는 기록. 의뢰인 없음.

 쓰면 쓸수록 의문만 쌓여 갔다.

 “홈즈.”

 그는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워커.”

 “의뢰인이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보통은 누군가 사건을 들고 우리를 찾아올 텐데요.”

 “이상하죠.”

 “그런데 왜 가는 겁니까?”

 홈즈가 처음으로 창에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누군가 우리에게 이 사건을 보여 주고 싶어 했습니다. 신문 두 부를, 같은 방식으로. 그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둘 중 하나죠.”

 그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드러낼 수 없거나.”

 두 번째 손가락.

 “드러내선 안 되거나.”

 그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 쪽이든. 흥미롭지 않습니까?”

 나는 그것을 받아 적었다.

 의뢰인의 부재 그 자체가 하나의 단서다.

 마차가 덜컹였다. 길이 험해진 구간으로 들어선 것이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건물은 낡아 갔고, 사람은 드물어졌다. 이쪽은 안개가 더 짙었다. 강이 가까웠다.

 “하나만 더 물어도 되겠습니까?”

 “하시죠.”

 “의뢰인이 정말 직접 찾아올 수 없는 처지라면, 우리가 사건을 해결한들 그 결과를 전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게 목적일 리는 없겠죠.”

 홈즈가 나를 흘끗 보았다.

 “날카롭군요.”

 “…칭찬입니까?”

 “관찰입니다.” 

 그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맞습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것은 사건의 해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목적은 그저 누군가가 이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수단인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가는 겁니까?”

 홈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런던의 거리가 마차 창밖으로 흘러갔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건물은 낡아 갔고, 사람의 흔적은 옅어졌다. 안개에 잠긴 골목들이 유리 너머로 지나갔다.

 나는 또 한 줄을 적었다.

 우리가 도구일 가능성. 누군가의 계획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이 우리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뿐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되읽었다.

 불안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지우지 않았다.

 홈즈가 여전히 창을 향한 채 말했다.

 “쓰신 걸 보여 주시겠습니까? 돌아가면.”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금 쓰신 것 말입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연필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일지를 덮었다.

 “나중에요.”

 홈즈가 짧게 웃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마차에서 내리는 순간, 나는 그것을 보았다.

 보관소가 있어야 할 골목 입구에, 표지판 하나가 땅에 박혀 있었다.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

 관계자 외 출입 금지 - 런던시 행정 감독청

 “…막혔군요.”

 홈즈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곧장 표지판으로 다가가 그것을 자세히 살폈다. 옆면, 바닥, 박혀 있는 기둥까지.

 “최근에 세워진 겁니다.”

 “어떻게 아십니까?”

 “페인트에서 아직 제 냄새가 납니다. 기둥 둘레의 흙도 굳지 않았고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의 말이 옳았다. 페인트 냄새는 틀림없었다. 기둥 밑동 둘레의 흙은 아직 축축하게 거뭇했다.

 “우리가 올 걸 알고 있었던 걸까요?”

 “우리가 우리라는 걸 알았다기보다는, 누군가 올 거라는 걸 알고 막으려 한 거겠죠. 아니면 어제 누군가 여기 왔거나.”

 홈즈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건물 외벽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살폈다. 창문은 모두 안쪽에서 봉인되어 있었다. 

 출입구에는 새 자물쇠가 달려 있고 문 밑동의 흙에는 가느다란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정기적으로, 최근에 사용된 흔적이었다.

 “봉인된 건물에 활동의 흔적이 있군요.”

 “알아채셨군요.” 

 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삼 주 동안 누군가 드나든 겁니다. 표지판은 우리를 막으려고 세운 게 아닙니다. 누구든 이 건물에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단념시키려고 세운 거죠.”

 그는 건물을 한 바퀴 돈 뒤, 짧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게 답니까?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돌아가는 겁니까?”

 “억지로 밀고 들어갔다가 경고를 받으면, 내일은 없습니다.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그는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만나 볼 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후가 되면 템스 강변 부두에는 안개가 내려앉는다.

 대낮에도 하늘은 낮고 잿빛으로 드리워 있지만, 물가에서는 더했다. 강 냄새, 비린내, 석유 냄새. 모든 것이 한데 뒤섞였다. 

 그날의 하역이 끝난 3번 부두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풍화된 창고들이 줄지어 선 사이로 적막이 짙게 깔려 있었다.

 한 사내가 창고 벽에 기대 있었다.

 마흔쯤 됐을까. 지저분한 수염. 딱히 무슨 색이라 할 수 없는 외투. 그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서 있었다. 

 우리가 그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분명 보았을 텐데도 그의 시선은 창고에 고정된 채, 단 한 번도 우리와 마주치지 않았다.

 홈즈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사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또 왔군.”

 “핀.” 

 홈즈가 그 앞에 멈춰 섰다. 

 “기록 보관소에 대해 들은 게 있나? 봉인된 거, 시티 외곽에 있는.”

 “어느 얘기를 찾는 거요?”

 “전부.”

 핀이 벽에서 몸을 뗐다.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살짝 낮췄다.

 “삼 주 전부터 밤에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소.”

 “몇 명이나?”

 “두셋. 시간대는 매번 달랐고, 드나드는 간격도 일정치 않았소. 그리고 이상한 게 하나 있었지.”

 “뭔가?”

 “들어가는 건 사람들이 봤소. 나오는 건 아무도 못 봤고.”

 홈즈는 잠시 그것을 곱씹었다.

 “나오는 걸 못 봤거나, 다른 길로 나갔거나.”

 “그건 모르겠소. 나도 들은 것뿐이라.”

 나는 홈즈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거기 들어가서 뭘 하려던 겁니까?”

 핀이 나를 보았다. 그러고는 홈즈를 보았다.

 “이쪽은 누구요?”

 “함께 일하는 사람이네.”

 “…군 출신이군.” 

 핀의 시선이 내 어깨로 흘끗 움직였다. 

 “뭔가를 들고 들어갔다는 말이 있소. 상자 같은 거. 그걸 들고 들어가서는, 들고 나오질 않았다지.”

 “안에 두고 온 거군요.”

 “아니면 다른 길로 빼냈거나.”

 “또 있나?”

 핀이 잠시 멈췄다.

 “그것만 해도 비싼 정보요.”

 홈즈가 외투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는 핀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 주었다. 핀은 손가락으로 즉시 그것을 세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하나 더 있소.”

 “얼마나.”

 “같은 만큼.”

 홈즈가 망설였다. 나는 조용히 안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괜찮습니다, 워커.”

 홈즈가 먼저 값을 치렀다.

 핀이 다시 주위를 살폈다. 이번엔 더 조심스럽게.

 “그 보관소를 관리하는 늙은이. 핀치.”

 “알고 있네.”

 “요새 안색이 영 좋지 않다는 말이 있소. 더 어두워졌다고. 원래도 말수가 없는 양반이었는데, 요샌 더 조용해졌다지. 뭔가 짓누르는 게 있는 사람처럼.”

 “언제부터?”

 내가 물었다.

 핀이 나를 보았다.

 “삼 주 전부터.”

 홈즈가 나를 보았다. 나는 홈즈를 보았다.

 삼 주 전. 우편함에 첫 통지가 도착한 것이 삼 주 전이었다. 3번 부두의 야간 활동이 시작된 것이 삼 주 전. 그리고 핀치의 달라진 태도. 역시 삼 주 전.

 모두 같은 시점이었다.

 삼 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짚어 보았다. 공식적인 무슨 일이 있었다면 신문에 났을 것이다. 떠오르는 게 없었다. 공고나 행정 발표 그쪽으로도 짚이는 게 없었다. 

 그렇다면 삼 주 전에, 공식 기록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기록 보관소와 연결되어 있었다.

 홈즈가 나를 보았다.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물론입니다.”

 “무슨 생각을?”

 “삼 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요. 다만 그게 뭔지를 모르겠습니다.”

 홈즈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의문을 붙들고 계십시오. 답은 보관소 안에 있습니다.”

 “안에 들어갈 수 없었잖습니까.”

 “아직은요.”

 “고맙네.”

 홈즈가 돌아섰다. 나는 그 옆에 발을 맞췄다.

 골목을 거의 빠져나올 무렵, 뒤에서 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홈즈.”

 “왜.”

 “이번 건은 조심하시오. 가장 위험한 건, 뒤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거니까.”

 홈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핀은 이미 다시 벽에 기대 있었다. 우리가 처음 보았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뒤를 돌아보았다. 안개와 창고 벽뿐이었다.

 아마 기분 탓이겠지.

 그래도 나는 그것을 적어 두었다.

 부두, 오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장에서 그 감각을 무시한 자들은 대개 후회하며 살아남았다.

 홈즈가 걸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보관소로 갑니다.”

 “표지판이 있잖습니까.”

 “표지판은 출입을 금한다고 했지. 대화를 금한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논리를 곱씹어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몇 시에요?”

 “이른 시각에. 그는 거기 있을 겁니다.”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홈즈가 처음으로 벽에서 시선을 들었다.

 “이십 년 동안 같은 시각을 지켜 온 사람은, 갑자기 자기 패턴을 바꾸지 않습니다. 두려울 때조차도.”

 나는 일지를 펼쳤다.

 그날 하루를 정리했다. 표지판, 새 자물쇠, 밤의 방문객들, 핀치의 얼굴빛, 부두에서 느낀 시선.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

 내일 핀치를 만난다. 그가 아는 것 그리고 결코 말하지 않으려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나는 일지를 덮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안개가 베이커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 속에서 부드럽게 번졌다. 거리는 고요했다. 지나는 사람도, 마차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부두에서 느꼈던 시선이 여전히 거기 있었다.

 내일이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더 적게.